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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1마리의 겨울 약속 – 순천만에서 만난 흑두루미

아롱다롱 베라 2026. 2. 17. 22:10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겨울 손님

겨울 순천만 습지에 다녀왔다.
지금 이 시기, 이곳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온다.

바로 흑두루미.
흑두루미는 러시아 시베리아 아무르강 유역과 몽골 등지에서 번식한 뒤
겨울이 되면 한반도, 일본, 중국 남부로 이동하는 철새다.

몸길이 약 100cm, 날개를 펼치면 2m 가까이 되는 큰 새.

이 먼 거리를 날아와
겨울을 보내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순천이다.

생각해보면, 이곳은 그들에게 단순한 쉼터가 아니라
‘목숨을 맡기는 겨울집’인 셈이다.


순천만 습지, 그리고 곧장 탐조대로

순천만 습지 입장료는
어른 10,000원 / 청소년 7,000원 / 어린이 5,000원.
우리는 관광보다 탐조가 목적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탐조대로 향했다.

그리고 마주한 숫자.


흑두루미 6,621마리
검은목두루미 11마리
재두루미 13마리
캐나다두루미 1마리
오리류 약 12,500마리
숫자로 보면 실감이 안 난다.

하지만 들판을 가득 메운 검은 몸체들이 움직이는 순간,
그 수치가 피부로 느껴진다.


왜 순천만일까?

흑두루미는 얕은 습지와 논을 좋아한다.
주로 볍씨, 곡식 낟알, 풀뿌리, 작은 곤충 등을 먹는다.

순천시에서는 흑두루미를 위해
논에 볍씨를 뿌려 먹이를 제공한다.


덕분에 두루미들은
고개를 숙였다 들며 부지런히 먹이활동을 한다.
“두루르르르르…”
그 울음소리는 낮지만 길게 울려 퍼진다.
위험을 알리는 소리이기도 하고,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 울음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는 새들의 ‘대화’다.


천연기념물, 그리고 국제적 보호종

흑두루미는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 제228호로 지정되어 있고,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


개발과 농경지 감소로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천만은 더욱 특별하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지켜야 할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6,621마리가 동시에 머무는 장면은
그 자체로 보호의 가치와 책임을 느끼게 한다.

하늘을 덮은 오리 군무

흑두루미 사이로
수천 마리의 천둥오리와 각종 오리들이 날아오른다.


한 번에 날개를 치는 소리는
마치 공기가 터지는 듯하다.

하늘이 잠시 검게 물들고
아이들은 말을 잃는다.
이건 영상으로 담아도
현장의 울림을 다 담기 어렵다.


아이들의 흑두루미 솟대 만들기

아이들은 체험활동으로
흑두루미 솟대 만들기를 했다.
날개가 움직이는 구조라
완성 후 더 애착을 보였다.

그날 아이들은 단순히 ‘새를 본 것’이 아니라
이 새가 어디서 오고, 왜 보호받아야 하는지를 배웠다.
자연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교과서가 아닌 현장에서 느낀 셈이다.


겨울 순천만이 남긴 것

순천만은 생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멀리서 날아온 철새가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 사실로 이곳은  소중하다.
흑두루미는 매년 같은 장소로 돌아오는 습성이 있다.
그 말은 곧,
이곳이 사라지면 돌아올 집도 사라진다는 뜻이다.
6,621마리의 날갯짓은
그 사실을 조용히 알려주고 있었다.


마무리

겨울 순천만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자연의 이동, 생명의 순환,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책임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아이와 함께라면 더욱 추천한다.
한 번쯤은 직접 그 울음소리를 들어보시길.
아마도,
그 소리가 오래 마음에 남을 것이다. 🕊✨